또다시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세웠다. 만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람이 북적이는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위기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면서 도시권에서는 인구 집중으로 반대로 농산어촌에서는 인구 부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런 국토 불균형의 위기 속에서 농산어촌이 지닌 잠재력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먼저‘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소개된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이다. 이는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로 복잡한 도시 생활로부터 벗어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여가활동이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워케이션’이라는 또 다른 근무 형태로 이어졌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시스템으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등의 증가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신조어들의 등장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삶의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시와 단절하고 아예 시골로 내려와 사는 ‘이도향촌(離都向村)이 아니라 2~3일 농산어촌의 여유로움을 즐기다 다시 편리한 도시생활로 돌아갈 수 있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인 ‘삼시세끼’인기에서도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편리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다소 불편하지만 여유로운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삶을 보여주며 도시인들에게 위안을 주며 시리즈로 제작 될 만큼 인기리에 반영되었다.

이렇듯 5도2촌, 4도3촌(평일에는 도시, 주말에는 농산어촌)거주 등 국민들의 생활양식 변화 추세를 고려하여 지역 인구 정책을 정주인구뿐 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로 확대하여 농산어촌의 활성화를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계인구’는 농산어촌의 새로운 인구 개념으로 정주 인구의 대안으로 도시에 생활하면서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방소멸 위기에 봉착한 일본에서 시작된 정책용어로 일본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관계인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일본의 ‘관계인구’와 유사한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주요내용은‘생활인구’의 확대를 지방 자치단체 인구감소 대응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제시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이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시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 심각한 226개 기초지자체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 중 전남도는 전국에서 인구감소와 소멸 위험에 처한 지자체가 가장 많은 곳으로 22개 기초자치단체 중 16곳이 ‘인구감소지역’이었다. 우리 전남도 정책이 인구 증가에서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관계(생활)인구의 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산어촌지역 방문인구 통계를 통해 그 수요를 파악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계(생활)인구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 방법이 없고, 관련 입법정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 농어촌 인구 대응정책은 귀농·귀어 등 이주 정착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도시민들이 농어촌 지역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사회 활동 및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정책이 연계되어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도시민들이 농산어촌 지역을 알아가고 더 나아가 ‘정착’으로 이어지면서 소멸위기를 맞은 지자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