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누스/김성진 본부장
지난해 3월, 213시간의 대규모 동해안 산불로 2만 923ha의 산림 피해를 발생한데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에서 4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역대 세 번째였다. 극심한 가뭄과 산불의 시작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대형산불이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산불은 꺼져도 아직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땅이 힘을 회복하고 묘목을 심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의한 대형산불의 피해는 진화부터 회복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육지의 대형산불은 바다속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바로 ‘갯녹음’ 현상인데 바다 연안 암반 지역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시멘트 같은 석회조류가 뒤덮여 바다 생태계 전반이 황폐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바다 속에 서식하는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뛰어난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석회의 구성 물질인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물에만 용해되고 수온이 낮을수록 물에 많이 녹아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용해도는 낮아지고 그로 인해 녹지 못한 탄산칼슘은 바위와 해저 바닥에 달라붙게 되어 바다 연안 암반 지역에 해조류가 없어지고 시멘트 같은 석회조류가 뒤덮여 바다 생태계 전반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이자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그레이트배리어 리프’에서는 불과 2년 사이에 산호초의 33%가 사라졌고, 미국 자르비스섬에서는 410ha 크기의 산호숲 중 95%의 산호가 폐사했다. 이는 먼 외국의 사례가 아니다. 국내 연근해에 갯녹음 현상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70년대 말인데 이후 발생 빈도가 높아져 현재는 연안의 60% 이상, 제주도와 남해안 연안 30%이상이 진행된 상태다. 매년 우리나라 바다에 여의도 면적 4배(1200ha)만큼 갯녹음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갯녹음이 발생한 연안 해역에 해조류를 이식하고 바위에 붙어 있는 탄산칼슘을 닦아내는 작업 등의 바다 숲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지난해까지 전국 연안에 여의도 크기의 100배에 이르는 29,180ha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 하였으며, 앞으로도 사업규모를 확대하여 2030년까지 전국 연안 암반의 75%에 달하는 54,000ha 규모의 바다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전남도 역시 남해권역 암반 3,868ha의 24%인 943ha가 갯녹음 현장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어 해조류 이식을 위한 ‘바다정원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추진과 함께 정부는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2012년 연안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날인 ‘바다식목일’을 5월 10일로 제정하였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바다식목일은 제주도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고 바다숲 조성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우리의 식문화는 수산물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뿐만 아니라 게, 새우, 조개류, 김, 미역 등 먹지 않는 수산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020년 기준 68.4kg으로 주식인 쌀 소비량(67.2kg)을 추월하며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바다에서 잡히는 대분의 수산물이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바다 속 생태계가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조류는 숲속의 나무처럼 해양 동물들에게는 먹이 창고의 역할뿐 아니라 산란처로 활용되고, 산소를 생산해 해양생태계의 기초 생산자 역할을 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만약 이들이 사라지면 해양 동물도 점점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바다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공유자원. 그러나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지키려 하지 않는다면 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과 실천이다. 국민들의 작은 관심과 움직임이 더해져 바다숲 조성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하고 가꾸어 나간다며 무성한 해조류 속에서 살아가는 수산생물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많은 국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념일이지만 오늘을 계기로 ‘바다 식목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고 기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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