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지난 달까지만 해도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고 외치며 힘주어 어깨동무를 나란히 하고 셀카를 눌러대던 그 기백 다 어디 숨어버리고.....ㅡ

젊은시절도 아니고,

그리고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 맺은 막연한 막역지우 관계도 아닌, 분명히 같은 해에 같은 고등학교를 동문수학한 동창생 친구들로, 학교를 졸업한 후 각자의 진로나 형편에 따른 삶을 쫓다보니 소식이 두절된 채 반세기가 넘도록 지나쳐 오는 동안 부모 봉양,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께서는 하늘나라로, 자식들은  부모 곁을 떠나 '一家일가'를 이룸에 한숨 돌리고 거울 앞에 서서 백발이 성성한 자신을 발견하고, 인생 칠십 고희를 훌쩍 뛰어 넘어 황혼 길로 접어들면서 인생 종착역과 사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에 무언가 허전함과 외롭고 쓸씀함을 느끼며, 스스로가 지금껏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거리며 수소문하여 찾게된 나를 비롯한 반세기 너머의 고등학교 동창친구들!

그후 서로가 모일 때마다 초록은 동색으로 같은 입장을 허심탄회 하게 내어놓으면서 '조우'를 갖게된 친구들 끼리 입을 모아 "귀한 좋은 친구들과 함께 노후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라고 마음껏 찬미를 보내면서, 수소문하여 늘어나는 친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인연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참 좋아했고, 이제는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서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취해 정겨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노후의 삶에 또한 감사를 보낸  후, 모처럼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번 모임을 약속하며 헤여지면서 의례히 당부의 인삿말로 "아프지 말고 건강 잘 지키다 다음달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며 굳은 약속을 했건만 영ㆍ호ㆍ곤ㆍ주ㆍ창ㆍ복,  나타나지 않은 불참자 6명!

물론 이유있는 불참을 전해오지만 가슴은 철렁!

제 일빠의 염려로 다가오는 것은, 행여나 본인이나 가족에게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지난 달까지만도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고 외치며 힘주어 어깨동무를 나란히 하고 셀카를 눌러대던 그 기백 다 어디 숨어버리고.....

어느 노인의 "나이가 준 선물의 글"이 우리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소년시절엔 어서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세월이 너무 빨리 가서 멀미가 납니다.

말이 좋아 익어가는거지 날마다 늙어가는데,

그 맑던 총기는 다 어디로 마실을 나갔는지....

눈앞에 뻔히 보이는 것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책장 앞에서

냉장고 앞에서

발코니에서

내가 여길 왜 왔지?

약봉지를 들고서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집나간 총기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다음 날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애태우는 때도 있지요.

이렇게 세월따라 늙어가면서 나 자신이 많이도 변해갑니다.

젊은 날에 받은 선물은

그냥 고맙게 받았지만, 지금은 뜨거운 가슴으로 느껴지고....

젊은날에 친구의 푸념은 소화해 내기가 부담이 되었지만, 지금은 가슴이 절절함을 함께 합니다.

젊은날에 친구가 잘되는 것을 보면 부러웠지만,

지금은 친구가 행복해 하는 것 만큼 같이 행복하고...

젊은날의 친구의 아픔은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나의 아픔처럼 생각이 깊어집니다 .

젊은 날에는 친구는 

지적인 친구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친구는 마음을 읽어주는 편안한 친구가 더 좋습니다.

세월이 가면서

익어가는 나이가 준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달엔 꼭 건강하게 살아있는 모습 보길 희망합니다.

김종규 기자 sjhw0324@hanmail.net​